기획연재 | [경전에 푹 빠지다] 행복을 담을 마음그릇 청소하기 - 장아함 <선생경>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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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10-01 11:34 조회2,756회 댓글0건본문
그런데 그에 앞서 먼저 챙겨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가령, 행복이 찾아왔을 때 내가 그 행복을 누릴 그릇이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복권 당첨의 경우와 같습니다. 복권에 당첨되어 상상하지도 못한 거액의 당첨금을 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뉴스에서 봅니다. 그 행운이 한없이 부러워 당장이라도 복권을 사러 가고 싶습니다. 혹시 압니까? 다음 번 1등 당첨자가 바로 내가 될지, 그래서 저 거금이 당장 내 손안으로 들어오게 될지 말이지요. 하지만 거액의 당첨금을 받은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지는 않습니다. 일확천금의 패가망신한 사람들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면 행운이요 행복이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면 그것은 엄청난 재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아무리 큰 행운이라도 그 행운을 담을 그릇부터 키워야 하는가 봅니다. 그릇을 키운다는 건, 그릇 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그릇이 지저분하고 또 너저분한 것들이 많이 담겨 있으면 아무리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도 담을 수가 없습니다. 행운을 담을 내 마음그릇도 얼마나 깨끗한지를 늘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그릇은 그리 깨끗하지 못합니다. 지저분한 것들이 너무 많이 담겨있어 행복을 담아도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그 지저분한 것들이란 탐욕·성냄·두려움·어리석음 네 가지입니다. 이 네 가지가 담겨 있는 바람에 우리는 행동과 말과 생각(몸과 입과 뜻의 업)이 자꾸만 옳지 않고 이롭지 않은 쪽으로 흘렀습니다. 악업을 자꾸 짓기 때문에 불행하게 살아갔다는 말입니다.
특히 네 가지 악업을 자꾸 저지르게 되는데, 네 가지란, 첫째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는 일이요, 둘째는 주지 않는 것을 갖는 일이요, 셋째는 그릇된 성관계를 맺는 일이요, 넷째는 거짓말입니다. 이 네 가지는 대표적인 악업입니다. 앞의 세 가지는 몸으로 짓는 악업이고, 네 번째는 입으로 짓는 악업입니다. 부처님은 언제나 악업을 짓지 말고 선업을 지으라고 당부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선생경을 보면 우리가 악업을 짓는 이유가 보입니다. 마음속에 네 가지 즉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악업을 짓지 않겠다!”라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왜 악업을 짓는지 이유를 살펴보고 악업을 짓게 만드는 동기를 제거한다면, 우리는 저절로 악업을 멈추고 선업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자, 이제 조금 더 현실적이고 솔깃한 내용으로 넘어갈까요? 재물을 손해 보는 이유에 대한 부처님 나름의 분석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평생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궁리하고, 쉬지 않고 돈을 벌고, 열심히 쓰면서도 돈을 모으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노후를 계획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전부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니, 부처님은 사람들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여섯 가지 이유를 이렇게 정리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술에 빠지기 때문이요, 둘째는 노름하기 때문이요, 셋째는 방탕하게 살기 때문이요, 넷째는 구경거리에 정신이 팔려서 살기 때문이요, 다섯째는 나쁜 벗과 사귀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심하게 쪼들리며 도저히 앞날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레 포기하기 보다는 그 이유를 진지하게 살펴서 해결해야 합니다. 외부적인 측면과 내부적인 측면에서 살펴봐야겠는데, 외부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일은 국내외 정세나 국가의 경제정책 그리고 세상의 소비 패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처 등등의 사항이 해당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부적인 측면이라면 선생경에서 말하는, 이 여섯 가지가 지금 내게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 첫 번째부터 시작해보지요.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고, 애써 모아둔 돈도 자꾸 줄어든다면, 이것을 체크해 봅시다.
“혹시 내가 술 마시는 일에 빠져 지내는 건 아닐까?” 부처님은 선생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술을 마시면 여섯 가지로 손해를 본다. 첫째는 재물을 없애게 되고, 둘째는 병이 생기며, 셋째는 다툼이 일어나고, 넷째는 명예가 떨어지고 악평이 퍼지며, 다섯째는 자주 화를 내고 사나워지며, 여섯째는 지혜가 날로 줄어든다. 선생이여, 사람이 술 마시기를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살림은 날마다 줄어들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가볍게 한잔 하거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야 어떻습니까? 이 정도로 딱 좋다면서 음주의 양을 절제할 수 있다면 또 무엇이 문제일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음주가 이렇게 가볍고 즐겁게 시작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술이 들어가면 자기제어가 힘들다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 되고, 시비가 붙고 싸움이 벌어지고, 남을 다치게 하고, 자신도 다치고, 손해를 물어주고, 소송까지 이어지고….
돈 버느라 오늘 하루 힘들었으니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신 술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다면, 그 손해를 감당해야 하느라 또 다시 돈벌이에 나서야 하고, 그게 힘겨워 다시 술잔을 기울이고 푸념을 하게 되고…. 이런 정도라면 행복해지기 위해 자꾸 뭘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불러오는 그 행동부터 먼저 멈추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부처님은 행복을 불러오는 여섯 방향에 대한 예경을 일러주기에 앞서 손해 볼 게 빤한 음주부터 멈추라고 주문하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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