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에 푹 빠지다] 이른 아침 사방에 절을 올리는 청년 - 장아함 <선생경> 첫 번째 이야기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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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경전에 푹 빠지다] 이른 아침 사방에 절을 올리는 청년 - 장아함 <선생경>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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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8-16 14:29 조회3,0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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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신앙생활을 할까요
?

부처님을 믿고 관세음보살을 믿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기도를 하고, 공덕을 쌓기 위해 보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딱 한 가지 이유입니다.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지요.

행복하려는 마음도 집착이니 그 마음도 내려놓으라는 사람들을 이따금 만납니다. 글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행복에 무덤덤하게 반응할 사람이 실제로 몇이나 있을까요? 만일 우리가 석가모니부처님을 찾아가서 부처님, 저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여쭙는다고 해봅시다. 부처님은 어떻게 말씀하실까요?

경전들을 쭉 읽어온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일러줍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말이지요.”

부처님은 중생들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욕심이나 집착이라고 함부로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자기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이번에 소개하는 <선생경>은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아주 구체적으로 그 방법을 일러주는 경입니다. 팔만대장경에 담긴 수많은 경의 대부분은 치열하고 진지하게 수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부처님 법문입니다. 우리처럼 세속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돈 한 푼을 벌기 위해 종종 거리며 뛰어다니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자식 키우느라 애를 쓰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느라 노심초사하는 재가자들만을 위한 법문은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생경>은 재가자를 위한 경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경입니다. 이 경 하나에 재가자에게 들려주고픈 부처님 말씀이 다 담겨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육방예경>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이 경을 만난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제 <선생경>속에 풍덩 빠져볼까요?

 

이른 아침, 부처님은 아침 탁발에 나섰습니다. 그때 선생 善生 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자의 아들이 성 밖에서 목욕을 하고 온몸에 물을 뚝뚝 떨구며 사방에 대고 예배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동쪽과 남, , 북쪽 그리고 위쪽과 아래쪽 여섯 방향이었지요. 부처님은 그에게 다가가서 그렇게 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선생은 대답합니다.

제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 유언으로 당부하셨기 때문입니다. 감히 아버님 유언을 어길 수가 없어 아침마다 성 밖에 나와서 찬물에 목욕하고 두 손을 모으고서 동쪽과 남, , 북쪽 그리고 위쪽과 아래쪽 여섯 방향에 대고 정성스럽게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선생경>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래 전 인도에서는 이렇게 사방에 예경을 하는 신앙행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긴, 지금도 인도 갠지스강에 가보면 이른 아침에 수많은 인도사람들이 옷을 입은 채로 강물에 들어가 머리끝까지 물에 푹 적신 뒤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간절한 자세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올려야 행복하게 인생을 살고 가족도 행복해지고 다음 생도 행복해지리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건 생명체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이런 선생의 대답에 뭐라 대답하실까요? 뜻밖에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대의 지금 모습은 그저 동서남북상하라는 방위 이름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방향에 대고 절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성자의 법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그저 이름뿐인 여섯 방향에 절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이 대답은 음미해볼 만합니다. 행복을 기원하며 여섯 방향에 절을 하는 종교행위 자체를 뭐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다만, 그 여섯 방향이 그저 동서남북상하라는 이름뿐이냐, 그렇지 않으면 그 여섯 방향이 무엇인가를 뜻하느냐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안 대대로, 인도 사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는 신앙행위에 대해 부처님이 당신의 입장만 가지고서 그것을 배격하기 보다는 그 속에 조금 더 깊은 뜻을 담아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만일 부처님이 여섯 방향에 대고 행복을 빌며 절을 하는 것은 미신이다라고 말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 유언을 충실하게 따르던 아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자의 법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여섯 방향에 절을 한다고 말씀하시니, 선생은 저절로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되물을 밖에요.

세존이시여, 성자의 법에서는 어떻게 여섯 방향에 예배하는지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법문을 하십니다.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지요. 전혀 듣고 싶은 마음도 없고, 들을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법문을 들려주기 보다는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법을 청하게 하는 것입니다. 듣고 싶어야 들리는 것이고, 그렇게 들은 가르침은 더 오래 가슴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제 부처님의 법문이 시작됩니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시오. 그대를 위해 말하겠습니다. 네 가지 번뇌의 업을 잘 알고, 네 가지 악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그리고 재물의 손해를 불러오는 여섯 가지 일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이승에서도 좋고, 다음 세상에서도 좋은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생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찬탄을 받고 가장 훌륭한 과보를 누리며, 죽은 뒤에는 하늘이라는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여섯 방향에 특별한 뜻을 담고서 절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작 법문을 시작하시면서는 여섯 방향 말씀이 아닌, 악업을 짓지 말고, 재물의 손해를 입는 여섯 가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이 또한 부처님 나름의 뜻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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