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에 취하다] 조지 거슈읜 <포기와 베스> 중에서 <서머타임>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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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그 노래에 취하다] 조지 거슈읜 <포기와 베스> 중에서 <서머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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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7-23 14:29 조회3,4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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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재즈와 같다. 당신이 즉흥을 펼칠 수 있을 때 최고가 된다.”

-조지 거슈윈

 

모든 가수는 자기 목소리에 딱 들어맞는 곡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작곡가 역시 자기 곡을 최고의 가수가 멋지게 노래해 주길 바란다. 대중가요든, 클래식이든, 노래란 것은 누가 어떤 식으로 부르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정말로 많은 가수가 불러왔고, 그 가수들에 따라서 천변만화하는 대표적인 노래, 바로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이다.

 

유튜브를 통해 이 곡을 검색해보면 백 개도 넘는 영상들이 어지럽게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부르는 정통 오페라 풍의 노래를 비롯하여 엘라 피제럴드가 부르는 재즈풍의 노래, 윌리 넬슨이 부르는 컨트리풍의 노래, 재니스 조플린이 부르는 록 버전의 노래가 저마다의 기량을 뽐낸다. 악기 연주를 보면 더욱 현란하다. 피아노 독주부터 색소폰, 트럼펫, 바이올린, 클라리넷, 소규모 앙상블에서 오케스트라에 이르는 다양한 편곡이 화려하게 올라와 있다. 거슈윈의 서머타임은 아마도 모든 오페라 곡 중에서 가장 많은 버전으로 연주되는 곡이자 가장 크로스오버 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크로스오버 적인 오페라 아리아

 

이 곡은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슈윈이 1934년에 작곡해서 이듬해에 발표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 삽입된 곡이다. 미국 작가 듀보스 헤이워드(DuBose Heyward, 1885~1940)가 쓴 소설 <포기>를 원작으로, 헤이워드와 거슈윈의 형인 아이라 거슈윈이 함께 대본을 썼다. 오페라 형태로 시작했지만, 나중에 뮤지컬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오페라의 배경은 1920~1930년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캣피시 로우라는 흑인 빈민가다. 출연자는 포기라는 다리가 불편한 거지와 베스라는 마약중독자 여인, 그리고 불량배인 스포팅 라이후, 부두 노동자인 크라운, 어부 제이크와 그의 아내 클라라 등, 말하자면 온갖 굴곡진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만 제외한다면 모든 출연자가 흑인이다.

서머타임1막에서 어부의 아내인 클라라가 아기를 안고 부르는 자장가인데, 2막에선 클라라의 아기를 안고서 베스가 부른다. “여름날이구나. 삶은 평온해. 물고기는 튀어 오르고, 목화는 잘 자라지.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예쁘단다.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고 잘 자렴.” 가사만 보자면 지극히 평온한 자장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곡은 힘들고 비참한 현재 상황을 달래려고 부르는 역설적인 노래다. 게다가 원곡에서는 소프라노가 굉장히 높은 음역으로 부르게 되어있는 곡이라서 잘못 부르면 오히려 자는 아기 깨우기에 딱 좋은 곡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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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백인인 거슈윈이 왜 온통 흑인들이 출연하는 오페라를 만들게 되었을까? 이 작품을 설명하자면 거슈인이라는 인물과 그 시대에 대해 조금 얘기할 필요가 있겠다. 조지 거슈인은 1898년에 태어나서 1937년에 불과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린 천재 작곡가였다. 거슈윈은 비록 백인이지만 러시아계 유대인이라는 사회적 소수자였다. 열두 살 때 집에 낡은 피아노 한 대가 들어오면서부터 거슈윈은 급격히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다. 정규적인 음악교육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재즈 음악이나 어빙 벌린, 제롬 컨의 대중음악에 깊이 빠졌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서 음악 출판사에 피아노 연주자로 취직한 그는 스물한 살 때 <스와니>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대중음악 작곡가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어 1924년에 화이트먼의 밴드를 위해 작곡한 <랩소디 인 블루>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이름이 미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이어 <피아노협주곡 F장조>가 호평을 받았고, 파리 여행의 인상을 음악으로 나타낸 관현악곡 <파리의 미국인>이 인기를 더했다. 1931년엔 <그대를 위해 부르리>라는 뮤지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1934년엔 그의 대표적 오페라인 <포기와 베스>를 작곡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말년의 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에 주력했는데, 안타깝게도 뇌종양 수술 도중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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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클래식의 완벽한 결합

 

거슈윈이 활동하던 시대는 세계사적으로 보자면 1,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있었고, 미국은 금주법 시대와 대공황 시대가 겹치는 격동기였다. 그리고 음악사적으로 보면 재즈가 탄생한 시기였다.

 

1917년에 뉴올리언즈에서 활동하던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밴드’ (Original Dixieland Jass Band)가 최초로 재즈 음반을 취입했고, 킹 올리버, 루이 암스트롱, 키드 오리 등 뉴올리언스 출신 연주자들이 역사의 무대에 나섰다. 그들이 내놓은 음악은 그때까지 백인 사회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던 형태였다. 아프리카 토속 음악에서 온 엇박자 리듬에다 독특한 화성과 거친 음색을 마구 섞었다. 무엇보다도 악보 중심의 음악이 아니라 흥얼거리는 멜로디 한 개만 있으면 얼마든지 놀 수 있는 즉흥 음악의 세계를 선보인 것이다. 이것은 유럽 클래식 음악이 놓쳐버린, 어쩌면 망각해버린 음악에 대한 도전이었다.

1920년에 미국 전역에 금주법이 발령되자 대도시에는 또 다른 밤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절제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훨씬 농도 짙은 밤 문화가 비합법적으로 성장했고 거기에 재즈 밴드가 가세하게 되었다. 그즈음에 루이 암스트롱은 시카고에서 <핫 파이브>를 결성했다. 그리고 1927년엔 첫 유성영화가 상영되었는데, 그 영화의 제목은 <재즈 싱어>였다. 이때부터 미국은 본격적인 재즈의 시대로 돌입하기 시작한다. 역사 속에서 항상 무시되던 유색 인종의 음악이 이때부터 주류 사회에 들어왔고 그 시절에 거슈윈이 살고 있었다. 거슈윈이 재즈 리듬으로 가득한 클래식 <랩소디 인 블루><피아노 협주곡 F장조>로 히트를 한 것이 딱 이 시점이었다.

 

거슈윈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음악은 그 시대와 사람들에 관해 얘기해야 한다. 내게 있어 사람들은 미국인이며 나의 시대는 현재다.” 그는 자신이 처한 시대와 주위 사람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을 만들기로 작정했으며,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재즈였다. 전통적인 클래식과 새 음악인 재즈의 결합, 이로써 거슈인은 가장 미국적인 음악을 만들어냈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더하여 거슈윈은 음악의 멜로디 라인을 뽑아내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라벨이나 번스타인 같은 작곡가도 그의 능력에 대해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머타임에서 그는 전통 서양음악의 7음계가 아니라 흑인 영가와 블루스 음악에서 많이 쓰는 5음계로 멜로디를 만들었다. 그래서 현대음악이라기보다는 단순하고 친근한 전통 민요의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곡이 장르를 가지지 않는 애창곡이 될 수 있었다. 너무나도 편안하며, 너무나도 역설적이며, 너무-나도 폭넓게 연주되는 자장가, ‘서머타임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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