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제학자가 펼친 선서화의 세계 <그대와 함께 걷는 길>展, 일본 낙농학원대학 유경희 작가를 만나다 > 2019


월간 맑은소리맑은나라

낮은 곳에서 참소리를 담아내는 맑은소리맑은나라 입니다.
2019(佛紀2563)

2019

맑은초대석 | 농·경제학자가 펼친 선서화의 세계 <그대와 함께 걷는 길>展, 일본 낙농학원대학 유경희 작가를 만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7-19 13:52 조회2,625회 댓글0건

본문

 

546c7ce57f52dd4cfbe6da71571ebb58_1563511796_8571.jpg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특별한 전시가 개최됐다
. 반야심경 사경을 시작으로 오래도록 서화를 그려온 유경희 작가(일본 낙농학원대학 교수)<그대와 함께 걷는 길>이 그것이다. 유경희 작가는 지난 해 3,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바 있으며, 지난 63일부터 12일까지 열흘에 걸쳐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두 번째 전시를 위해 고국을 방문, 서화의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유경희 작가를 전시가 열리고 있는 나무갤러리에서 만났다.

 

 

질의 : <그대와 함께 걷는 길> 전시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답변 : 반야심경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글과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절대적 아름다움을 갈구해왔고 모든 이가 경외할 수 있는 절대적 아름다움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붓을 들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작년 첫 번째 전시는 그러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매진한 결실이었고, 이후 여전히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규정되지 않은 고유의 아름다움을 얻고자 노력했으며 이번 전시회는 이런 자문자답의 결과로 잉태된 작품을 모은 것입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총 40여 점으로 작년 9월 첫 개인전을 마친 후 얻은 성취를 바탕으로 새롭게 작업한 결과물들입니다.

 

질의 : 모든 작품이 소중하시겠지만, 혹시 특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지요?

 

답변 : 미인도와 달마도(우리의 초상) 두 작품에 특히 애정이 갑니다. 사람 얼굴을 표현한 작품이지요. 옛 서예는 난이나 죽과 같은 사군자를 쳤지만 사람 얼굴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사람 얼굴을 그려본 것은 처음입니다. 우연히 떠올라 그림을 그렸고, 현재 전시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 두 작품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어느 순간 떠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머릿속에 든 가장 심플한, 어떠한 이미지를 표출한 것 같습니다.

평소 줄곧 반야심경 사경을 합니다. 반야심경을 쓰는 과정은 저의 수행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과연 이를 보는 독자들에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반야심경을 모르는 불자들에게는 큰 의미를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미인도와 달마도는 다릅니다.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어보아도 반야심경보다 미인도에서 더 감동을 받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단순하게 우리 누나 같은, 엄마 같은 모습을 표출한 미인도와 나의 모습, 이웃의 모습을 닮은 달마도. 이를 보며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바는 다릅니다. 저 역시 그 의미를 명확히 말씀드리지 못 합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억지로 해석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질의 : 서예는 취미로서 처음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예를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답변 : 있습니다. 인문사회학을 전공하고 좋아하여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고전책을 많이 사서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추사 선생님과 초의선사의 교류에 대한 내용을 보며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추사 선생님은 당시 제일의 유학자이자 성리학자로 평가받았지만, 사실 그 분은 불심이 지극한 분이셨습니다. 항상 유마경을 외우고 탑을 세우고 부처님을 모셨던, 추사 김정희 선생님에 대한 책을 읽다가 문득 붓을 들고 싶어졌습니다.

붓을 들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반야심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추사 선생님의 심오한 철학 중 상당 부분이 불교에서 출발했음을 알았으며,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함께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반야심경을 쓴 것입니다.

 

546c7ce57f52dd4cfbe6da71571ebb58_1563511863_5237.jpg

 

 

질의 : 많은 경전 중 특별히 반야심경을 사경하기 시작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답변 :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신실한 불자셨습니다. 그랬기에 늘 경전을 가까이 하고 독경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천수경은 너무 길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반야심경은 짧고 간결했으며, 중학교 시절 동국대부속중학교를 나오며 매주 반야심경 독송을 하는 시간을 가져 익숙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유일하게 외우는 불경은 반야심경 밖에 없습니다.

서예를 시작하며 무엇을 써야할까 막연히 고민하던 때, 어릴 때부터 가까이하던 반야심경이 떠올랐습니다.

 

질의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 글과 그림에 설명을 덧붙여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책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면 목표입니다. 제 작품을 접한 분들이 불교를 연상할 수 있도록, 불교에 대해 궁금해 하고 호감을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로 강연을 하기 보다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나타난 서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말이지요.

반야심경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글과 그림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수 있도록 감정을 전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미인도도 자세히 보면 관세음보살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보살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미인도라 이름을 지으며, 보는 분에 따라 보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은 미인으로 봐주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느끼고 연상하는 재미와 함께 불교가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546c7ce57f52dd4cfbe6da71571ebb58_1563511918_6153.jpg

 

 

질의 : 끝으로 맑은소리 독자들이나 그림을 관람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 : 반야심경 중 무음무명이 있습니다. 밝음조차도 애초에 없었다고 합니다. 고뇌와 번뇌조차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반야심경을 읽는 순간 고뇌에 빠집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무슨 뜻인가이런 고민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필요 없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번뇌에는 근원이 없습니다. 제가 민들레에 번뇌라 이름을 붙인 것은 홀씨이기 때문입니다. 불면 날아가는. 그러나 우리는 그걸 붙잡고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불면 날아갈 홀씨를, 번뇌를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을 필사하며 느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행복해집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사람들은 이를 어렵게 생각합니다. 반야심경 안에는 부처님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습니다. 짧지만 집중해서 보아야 합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집중해서 봄으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던져준 질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제 글과 그림에도 그런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고민을 하기 보단 직접 보고 느끼며, 스스로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해놓은 정답은 없습니다. 보고 느낀 바를 함께 공유하고 의미를 찾아간다면 그게 재밌지 않을까요?

 

첨언 : 귀한 시간 내 주시어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맑은소리맑은나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좌수영로 125번길 14-3 올리브센터 2층 Tel. 051-255-0263, 051-244-0263 Fax. 051-255-0953 E-mail. puremind-ms@hanmail.net
COPYRIGHT ⓒ 맑은소리맑은나라. ALL RIGHTS RESERVED.